도시의 풍경은 매일 바뀐다.
빌딩이 새로 들어서고, 익숙했던 간판은 사라지고,
문득 길을 걷다 보면
‘여기, 뭐였지?’ 싶은 자리에
아무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냄새, 빛, 소리, 감정은
기억 속 어딘가에 조용히 저장되어 있다.
이번 글은 **LA의 ‘지금은 사라졌지만 마음에는 남아 있는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진도 없고, 주소도 사라졌지만,
그 장소가 남긴 분위기, 온기, 감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혼자 여행자’를 위한 공간이 꼭 현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잃어버린 장소를 되짚는 글도
하나의 조용한 여행이 될 수 있다.

1. The Last Bookstore 지하 Zine Room (폐쇄됨)
과거 위치: 453 S Spring St, Los Angeles, CA 90013
기억의 시점: 2015~2019년 사이
The Last Bookstore는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 지하 깊숙이,
비공식적으로 열려 있던 Zine Room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좁은 통로를 지나,
소리도 음악도 잘 들리지 않던 조용한 공간.
수십 명의 독립 작가들이 만든 자유로운 형식의 출판물,
손으로 만든 노트와 낡은 타자기,
복사기의 번진 잉크 냄새와 오래된 종이의 질감.
그곳은 혼자 책을 고르는 행위가 마치 작은 저항처럼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지금은 그 공간이 완전히 비워졌고,
일반 전시 코너로 바뀌었지만,
그 ‘조용한 underground 감성’은
아직도 일부 독자들에게는 강하게 남아 있다.
2. Amoeba Music 헐리우드 1세대 매장 (2020년 폐점)
과거 위치: 6400 Sunset Blvd, Los Angeles, CA 90028
현 상태: 새 건물로 이전됨 (예전 분위기와 전혀 다름)
헐리우드 대로 한복판,
빨간 네온 간판이 반짝이던 구 Amoeba Music 매장은
LA 음악 팬들에게 거의 성지 같은 존재였다.
3층짜리 빌딩 전체가 음악으로 가득했고,
중고 LP, VHS, 일본 인디 CD,
그리고 매장 구석에서 진행되던 실시간 인디 밴드 쇼케이스.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음악을 듣고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곳.
그런 감정의 흐름을 가진 공간이
2020년, 팬데믹 시기 조용히 사라졌다.
지금은 새 건물로 옮겨졌고,
인테리어는 더 깔끔해졌지만
그 낡은 기운 속에서 느껴졌던 온도는 더 이상 없다.
3. Café Demitasse Santa Monica (폐점)
과거 위치: 1149 3rd Street, Santa Monica, CA
운영 시기: 2013~2018년
Santa Monica에서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조용한 골목에 위치했던 Demitasse는
커피 맛으로 유명했지만,
실제로는 혼자 글을 쓰고 책을 읽기 위한 공간이었다.
하얀 타일 바닥, 낮게 퍼지는 재즈 음악,
카운터 옆의 나무 선반에는 늘 누군가 놓고 간 시집이나 낡은 에세이가 있었다.
노트북 대신 종이 노트를 펴고 펜을 드는 사람들이 많았던 이곳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장소’의 전형이었다.
언젠가부터 임시 휴업이 길어졌고,
결국 조용히 문을 닫았다.
지금은 옆 가게가 확장돼 자리를 채웠지만,
그 자리에 흐르던 조용한 속도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요약 정리
| The Last Bookstore 지하 Zine Room | 독립 출판물, DIY 공간 | 폐쇄 / 전시 공간 전환 |
| Amoeba Music 헐리우드 구 매장 | 아날로그 음악 공간, 공연 | 2020년 폐점 / 신관 이전 |
| Demitasse Santa Monica | 글쓰기용 조용한 카페 | 2018년 폐점 / 공간 대체됨 |
마무리 – 사라졌기 때문에 더 선명한 공간들
기억 속 공간은
사진처럼 선명하지 않지만,
감정처럼 오랫동안 남는다.
지금은 그 자리에 없어도,
그곳에서 흘러갔던 시간의 결은
우리가 다시 조용한 공간을 찾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비교 대상이 된다.
이 회고 시리즈는
LA의 사라진 공간들을 기억하고,
그 기억 속에서
우리가 진짜 원했던 ‘공간의 온도’를 다시 찾아보는 여정이다.
지금은 없지만,
지금도 우리 안에 존재하는 장소들.
그 기억이 남아 있는 한,
그 공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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