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는 너무 크고 빠르다. 할리우드 사인을 쳐다보다 보면 길을 놓치기 쉽고, 산타모니카의 파도 소리도 이내 차 소음에 묻히곤 한다. 그래서 가끔은 도시 안의 작은 도시가 그리워진다. 웨스트우드는 그런 곳이다.
웨스트우드(Westwood)는 단순히 UCLA가 있는 대학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다. 클래식한 거리 풍경, 예술과 역사, 그리고 의외로 조용한 여유까지 갖춘 이 동네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동네 중 하나다. 오늘은 이 특별한 캠퍼스타운을 발걸음 따라 천천히 탐험해본다.
📚 캠퍼스와 도시의 경계가 없는 동네
웨스트우드는 UCLA(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동네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학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상점 하나, 벤치 하나도 마치 오래된 영화를 배경으로 삼은 듯 클래식한 멋이 있다.
로이스 홀(Royce Hall)이나 포웰 도서관(Powell Library) 같은 건물들은 외관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고, 캠퍼스 바깥 거리에도 학문의 흔적과 젊은 에너지가 동시에 흐른다. 커피잔을 든 학생, 책을 읽는 노인, 그림을 그리는 노숙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어딘가 파리의 라탱 지구와 닮아 있다.
🖼️ 해머 뮤지엄(Hammer Museum) — 거리 위의 예술 실험실
웨스트우드를 찾았다면, 해머 뮤지엄(Hammer Museum)은 놓치지 말아야 할 장소다. 입장료는 무료지만,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여기서는 전통과 실험이 공존한다. 인상파의 유산을 만나는가 하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현대 설치미술이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UCLA에서 운영하는 만큼 학문적 깊이도 느껴지고, 갤러리 외부의 카페나 서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 팁: 관람 후 카페에서 '로컬 스터디 분위기'를 즐기며 메모장을 꺼내보자. 특별한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 Espresso Profeta — 캠퍼스 옆의 숨은 명소
작은 골목에 숨겨진 이 카페는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바꿔주는 공간이다. 인테리어는 복잡하지 않다. 나무 테이블, 책 냄새, 조용한 음악. 하지만 이곳에 들어서면 시간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
학생들이 노트북을 펼치고, 교수님들이 논문을 읽고, 필자와 형은 조용히 둘만의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가 앉은 창가 자리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풍경이 스케치처럼 펼쳐진다.
🌿 웨스트우드 빌리지(Westwood Village) — 옛것과 새것이 만나는 거리
웨스트우드의 중심지인 웨스트우드 빌리지는 복고풍의 영화관과 현대적인 상점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곳이다. 특히 클래식한 외관을 가진 브루인 시어터(Bruin Theatre)와 폭스 시어터(Fox Theater)는 여전히 프리미어 시사회가 열리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거리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처럼 느껴진다. 작은 서점에서 발견한 오래된 엽서, 유리창에 비친 반사광, 거리 악사의 기타 소리까지. 모든 것이 잠시 멈춘 시간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 목요일의 파머스 마켓 — 로컬과의 짧은 만남
매주 목요일 오후, 웨스트우드 거리에는 작지만 알찬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손으로 직접 만든 천연 꿀, 라벤더 향이 은은한 비누, 신선한 과일과 홈메이드 파이까지. 이 시장은 지역 주민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소다. 관광지가 아닌, 로컬의 삶이 있는 현장이기에 더 특별하다.
👉 팁: 마켓 옆 잔디밭에서 브라우니 한 조각과 함께 피크닉을 즐겨보자.
🎒 추천 산책 루트 – “걸어서 웨스트우드 한 바퀴”
- Start: Espresso Profeta (커피 한 잔으로 시작)
- ➡️ 해머 뮤지엄 감상
- ➡️ 웨스트우드 빌리지 골목길 탐험
- ➡️ UCLA 캠퍼스 진입 – 로이스홀, 포웰 도서관, 조각공원
- ➡️ 목요일엔 파머스 마켓, 평일엔 잔디밭 산책
- Finish: Village에서 저녁 식사 (로컬 이탈리안 레스토랑 추천)
🍝 현지 미식 포인트
- Skylight Gardens: 정원 속 테이블에서 즐기는 파스타와 와인
- Diddy Riese: UCLA 학생들의 소울푸드, 쿠키 샌드위치
- TLT Food: 타코와 아시아 퓨전의 만남. 가볍게 즐기기 좋다
- Broxton Brewery: 수제 맥주와 햄버거의 환상 조합
🌇 감성적인 마무리
웨스트우드는 소음 없는 조용한 동네는 아니다. 하지만 이 동네의 매력은 젊은 에너지와 도시의 지성이 공존하는 분위기에 있다. 카페에선 철학 이야기가 오가고, 거리에는 클래식한 건물과 현대적인 삶이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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