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에는 유명한 동네가 많다.
하지만 정말 깊이 있는 동네는 많지 않다.
**윈저 스퀘어(Windsor Square)**는 그 드문 예외다.
이 동네를 걷는 순간, 로스앤젤레스가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100년 이상의 시간을 품은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높은 담장이 없고, 고급스러움이 드러나지 않지만,
걸음걸이와 정원, 건축의 디테일만으로
이 동네의 품격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 LA의 클래식 주택이 모여 있는 역사 보존 지구
윈저 스퀘어는 LA시가 지정한 Historic Preservation Overlay Zone (HPOZ) 중 하나다.
즉, 이 지역의 주택들은 임의로 철거하거나 리모델링할 수 없으며,
외관과 구조를 보존해야 하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 대부분의 집이 1910~1930년대 사이에 지어진 고전 건축
- 장르: 아메리칸 크래프츠맨, 식민지풍 리바이벌, 이탈리안 르네상스 스타일 등
- 거리 하나하나가 마치 건축 박물관처럼 느껴진다
👉 산책 추천 루트: Windsor Blvd 전체 → 5th St에서 북쪽 방향 → Wilshire까지 걷기
🌲 걸을수록 느껴지는 압도적인 정숙함
이 동네를 걷는 가장 큰 매력은 ‘소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차 소리도, 사람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정원사들의 가지치기 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정도만이 존재한다.
도로는 넓고, 보도는 깨끗하며,
양옆으로는 대형 나무들이 가로수처럼 서 있다.
그늘이 많아, 한여름에도 걸어 다니기 무리가 없을 정도다.
🏠 집을 ‘본다’기보다는, 건축을 ‘감상’하는 동네
일반적인 산책은 ‘풍경’을 보기 위함이지만,
윈저 스퀘어에서는 한 채 한 채의 주택이 전시 작품처럼 느껴진다.
- 창틀의 곡선, 외벽의 텍스처, 대문 손잡이의 소재
- 대형 유리창 뒤로 비치는 고전 샹들리에
- 마당 안쪽의 조형물, 정원석, 벤치
👉 사진 팁: 건물 전체를 담기보다는, 부분 디테일을 프레임에 넣는 구도가 더 감성적이다.
📸 누가 살고 있는가? — 현실 속 셀럽들의 동네
윈저 스퀘어는 관광지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할리우드 배우, 감독, 정치인, CEO 등 실거주자들이 많다.
- 전 오바마 대통령의 LA 방문 시 이 지역에 숙소를 둔 것으로 알려짐
- 작곡가, 영화음악가, 인디 작가들이 조용히 생활하는 공간
- 가끔 영화 촬영이나 광고 촬영이 진행되기도 함
👉 주의: 모든 지역이 실제 주택가이므로, 큰 소리/촬영/사유지 접근은 금물
☕ 산책 후 들르기 좋은 인근 공간
윈저 스퀘어 내부에는 상업 공간이 거의 없지만,
바로 옆 동네 Larchmont Village에는 멋진 로컬 공간들이 있다.
- Go Get Em Tiger: 라크몬트 대표 로스터리 카페
- Salt & Straw: 수제 아이스크림으로 유명
- Larchmont Wine & Cheese: 와인과 샌드위치가 동시에 인기
- Chevalier’s Books: 1940년대부터 이어진 독립서점
👉 팁: 산책 후 라크몬트로 이동해 간단한 식사 or 커피로 마무리하면 완벽한 하루가 된다.
🎒 윈저 스퀘어 하루 루트 추천
오전 | Windsor Blvd 도보 산책 (5th → Wilshire 방향) |
점심 | Larchmont Wine & Cheese에서 가벼운 브런치 |
오후 | 라크몬트 서점 구경 & 아이스크림 디저트 |
저녁 전 | 돌아오는 길에 북쪽 정원가 or 북동쪽 골목 사진 촬영 |
🌇 마무리 — 고요 속 깊이를 담은 동네
윈저 스퀘어는 소리 내어 자랑하지 않는다.
이 동네는 사람의 말 대신, 건축의 언어로 자신을 설명한다.
걸으면서 말이 줄고, 사진보다 감상에 집중하게 되는 거리.
화려한 배경 없이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동네.
윈저 스퀘어는 도시의 깊이를 보여주는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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